2018.09.29 SAT
맨날 밤낮 바뀐 생활을 하다가 일찍 일어나려니 고역이었다. 눈을 뜨니 8시 조금 넘은 시간. 오늘은 처음으로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는 날이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머리도 하고 옷도 사고 짐도 나름 꼼꼼히 쌌다. 안양역 앞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스타벅스에 들러 콜드브루 한 잔 하고, 버스를 탔는데 범계역에서 차를 타고 온 김치와 만났다. 기사님이 커피 들고는 차에 탈 수 없다고 해서 급하게 원샷 때렸다ㅋㅋㅋ 김치가 포도가 연락이 안된다고 했다. 단톡방을 보니 어제부터 톡을 읽지 않은 채로 있었다. .....? 뭐지? 불안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김치와 계속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부재중 전화를 남겼다. 다행히 인천공항에 도착할 무렵 연락이 닿아 무사히 합류했다. 버스 안에서 3년 늙은 것 같았다. 출발부터 무슨 일이냐ㅠㅠ 체크인 데스크 줄은 길었다. 추석 다음 주라서 걱정했는데 추석매직의 결과! 사람이 바글바글 하지는 않았다. 13시 05분 출발 체크인 완료. 우리는 입국 심사 후 면세품을 찾으러 뛰어댕겼다. 예전에는 면세품 수령지가 다 모여있었던 것 같은데... 다 따로따로라서 찾아가기 번거로웠다. 면세품 찾고, 아빠 선물로 드릴 담배도 샀다. 두보루에 40불 결제. 엄청 싸당! 점심을 먹지 않으면 저녁때까지 배고플 것 같아서 탑승구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볶이로 요기를 했다. 잠깐 숨을 돌렸을 뿐인데 탑승 시간이 촉박했다. 공항에서는 항상 이렇게 촉박한 것 같다.
기내에서는 중간에 샌드위치를 줬다. 겉이 너무 딱딱해서 아오 이게 뭐야 했는데 치즈가 들어있어서 그나마 좀 먹을 만 했다. 러시아기라서 북한영공을 가로질러 2시간만에 갈 수 있다던데, 1시간 40여분만에 도착했다. 일본보다 가까운 러시아. 입국 심사는 오래걸렸다. 여권을 한장 한장 일일히 센다던데 정말이었다. 출구를 빠져나와서 우리는 ATM을 찾았다. 공용비로 2800불 씩 모으기로 했어서, 내가 쓸 200불 합쳐(현금 거의 안 쓸 생각ㅋㅋ) 3000불을 인출했다. 유심은 꿀벌 로고가 그려진 BEELINE에서 했다. 15GB에 400루블이었다. 직원이 한국말로 십오기가라고 해서 빵 터졌다. 유심 셋팅까지 하고나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시내로 나가야해서 막심 어플을 켜보았는데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잡지 못해서 택시 오더에 실패. 실화냐... 대부분 이 어플 이용하던데...
공항 앞 쪽에서 계속 시도해보는데 안되서 짜증이 났다. 택시 기사들이 막 다가와 가격을 부르며 호객행위를 해서 무서웠다. 아 새끼들 진짜ㅋㅋㅋ 결국 막심으로는 택시를 부르지 못하고... 어떤 기사분이 900루블이라고 번역된 화면을 보여주며 타라길래 그냥 그 택시를 탔다. 여기도 우버가 있으면 좋을텐데 ㅠㅠ 시내로 나가는 차 안에서 택시기사는 계속 영상통화를 했다. 폰을 가만 놔두질 못했다. 제발 앞을 보고 운전하란 말이야. 여기 택시들이 다 이러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ㅋㅋ일단 숙소로 가는 택시를 탔다는 것에 대한 안심...
심란한 마음으로 무사히 숙소 앞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알려준대로 입구를 찾아가 전화를 했다. 잠시 뒤 키 큰 남자가 내려와 우리 짐을 들고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2층같은 3층이었고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도심에 있어 위치가 좋고 피아노가 있는 넓은 거실이 맘에 들어 예약했는데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거실이 예뻤다. 호스트에게 체크아웃 아침 8시에 할 거라고 열쇠 어떻게 하면 되냐니까 자기가 8시까지 온다고 했다. 이른 아침인데 괜찮아? 하니 그건 이른 아침이 아니라고 했다ㅋㅋㅋ영어가 서투른 듯 했다. 후기에 5000루블을 디파짓으로 받는다길래 그것까지 계산해 뒀는데 물어보니 안 받는다고 했다. 어쨌든 숙소에 무사히 도착 ㅠㅠ 방을 이곳 저곳 돌아보는데 조명이 너무 어두웠다. 특히 화장실은 너무 어두워서 잘 안보일 지경ㅋㅋㅋㅋㅋ뭐 이런 곳이 다 있지. 대충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블라디보스톡에는 유명한 식당이 여러 개 있는데 우리는 남들 다 가는 그런 곳 위주로 돌아볼 것이다ㅎㅎ
댑 버거는 숙소에서 매우 가까웠다. 여섯 시 좀 넘은 시간이어서 all full 이라고 했다. 목소리가 하도 단호해서 단호박 먹은 줄 ㅠㅠ 웨이팅 리스트가 있냐고 물어봐도 그런거 없다고 그냥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일단 한국어 메뉴를 가지고 나와서 밖에서 뭘 먹을지 골랐다. 우리 이후로도 계속 한국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점점 안에서 나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밖이 추워지는데 들어오란 소리가 없어서 들어가서 다시 물어보니 5분 더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먼저 들어가는 것을 봐버려따...ㅎ... 바보다. 들어가서 다시 3명 자리 나냐고 물어봤더니 1분도 안 걸려 불러줬다. 다른 직원한테 물어보길 잘했단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아 미리 골라둔 버거들을 착착 주문했다.
여기도 일단은 유럽인지라ㅎ 물은 사먹어야 했다. 무슨 맥준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맥주랑! 비주얼 보고 침 나올 뻔 했던 그랜드 캐니언 버거를 주문했다. 음식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고 남자 서버는 친절했다. 2층까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바는 예쁘고 전체적으로 펑키한 느낌. 어두워서 음식 사진이 잘 안나왔지만 나는 이런 어두운 식당이 좋다ㅎㅎ 버거는 내가 생각한 그 맛 그대로였다. 패티 육즙이랑 소스의 치지한 조합 ㅠㅠ 거기다 맥주 때려 넣어주면 쥬금이다 조온맛탱ㅠㅠ 사이드로 감자칩이랑 웨지감자랑 칠리치킨? 주문했는데 치킨이 존맛이었땅...안 시켰음 큰일 날 뻔 했내... 버거랑 맥주랑 먹으니 진짜 살 것 같았닼ㅋㅋㅋㅋㅋ나새끼 버거덕후... 패티가 엄청 커서 맘에 들었다. 만족스런 식사였다. 왜 다들 여기 오는 지 알겠네ㅋㅋㅋ 한국사람이 많이 오니까 좀 더 친절했음 좋을 것을.
지나가는데 완전 큰 전광판에서 뽀로로 광고가 나왔다ㅋㅋㅋ귀염
첫 날 일정은 독수리전망대에서 야경을 보는 것이었는데, 야경을 보고 내려와서 와인랩에 가면 문을 닫을 것 같아 와인랩에 먼저 들러보기로 했다. 거리 풍경은 흡사 유럽. 고전적인 건물이 많았고, 건물 색도 빈티지하게 예뻤다.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도로 표지판에 영어 표기가 따로 없다는 점. 간판들도 그래서 딱 보면 이게 뭐하는 가게인지 그림이 없으면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찾아간 와인랩은 생각보다 작았다. 포도가 벨루가 보드카가 유명하다고 알려줬다. 선물할 사람도 없고, 가족들도 안 마실 것 같아서 조금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맥주 몇 병과 마실 물을 사서 숙소에 날라 두었다. 러시아는 잔 돈을 잘 안 거슬러 준다던데... 동전 거슬러 준 걸 보니 좀 덜 준 것 같았다. (그리고 진짜로 덜 준게 맞았다...) 밥을 먹고 왔을 뿐인데 이렇게 피곤할 줄이야ㅋㅋㅋㅋㅋㅋ숙소 앞에서 택시를 잡아 독수리 전망대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이 시간부로 막심 사용을 포기했다. 앞으론 얀덱스 앱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나마 영어로 검색해도 결과가 잘 나오는 편이었는데...막심은...현재 위치도 잘 못 잡고 영어로 검색해도 안 나오는 주소가 많다ㅠㅠ환장미
택시 기사가 여기에요~ 하길래 내렸는데 깜깜한 주차장이었다. 급 무서워졌는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금각교 야경에 설레기 시작했다. 다들 낮에 여기서 사진 많이 찍던데! 야경은 훨씬 더 멋있었다. 사진 스팟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삼각대 챙겨갔는데 무쓸모였다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 날부터 삼각대를 포기했다.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데 탁 트여서 정말 멋있었다! 근데 너무 추웠다ㅠㅠㅋㅋㅋ 달도 예쁘고. 금각교도 예쁘고. 금각교를 함께 내려다보는 커플 마저 예뻐보이던 곳.
내려올 때 다시 택시를 불렀는데 사진 찍다 보니 2시간이 정신없이 흘러있었다. 김치가 24시간 마트가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꽤 늦은 시간이었고 거리에 담배피는 무리가 많아서 무서워졌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들어가야 할 건물이 너무 어두워서 문 닫은 줄 알았는데 지하 매장은 오픈되어 있었다. 클래버 하우스였나...이름이 아직도 가물가물하다ㅋㅋ 물을 많이 마실 것을 대비해서! 5L짜리 드럼으로 사기로 했다. 물 코너에 물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사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리고 이게 정말 물인지도 모르겠어서ㅋㅋㅋ러시아어로 물 검색해서 틀린그림찾기를 해 가며 물을 골랐다. 뒤에서 쇼핑하던 러시아 여자에게 물어볼 생각으로 너 영어 할 줄 아니? 물었더니 화난 표정으로 (무표정일텐데...화난 것처럼 보임 ㅠㅠ) 쏘리. 하길래 아....하고 돌아섰는데 갑자기 도움 필요하냐며 다가왔다. 내가 어느게 물인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너 혹시 보드카 찾니? 했다. 보드카 발음이 흡사 워터 같았다... 일본어로 보드카가 웍카가 아니었다면 절대 못 알아 들었을듯 ㅠㅠ 그러더니 좋은 물을 골라주겠다며!! 물 몇 개를 집어들어 주었다. 왕 친절해ㅠㅠ여기와서 물 하나 사먹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ㅋㅋㅋㅋㅋㅋ옆에서 직원이 그게 베스트원이라며 따봉을 해줬다ㅋㅋ존웃ㅋㅋㅋ 아기 사진이 그려진 드럼 두 개와, 마지막 날 트래킹 하면서 마실 물 세 개를 샀다.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이 전래 단호하게 온리 캐쉬를 시전하길래 들고있던 지폐를 들어보이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짜식... 눈만 마주쳐도 빙그레 웃는 호주 사람들과는 달리 여긴 사람들이 대부분 무표정에, 어떻게 보면 좀 화난 것처럼 보인다. 말투도 퉁명스런 편이고 프렌들리함이 없달까... 근데 막상 말 하는 것 보면 화난 거 아님ㅠㅠㅋㅋㅋㅋㅋ 생김새에서 오는 특징일까 아니면 문화적 차이일까 생각하면서. 아까 와인랩에서 거슬러 준 동전이 궁금해서 직원에게 이게 무슨 단위냐고 물었는데 영어가 짧은 것 같았다. 근데 갑자기 뒤에 줄 서있던 키 큰 남자가 원 루블. 하면서 알려줬다ㅋㅋㅋㅋㅋㅋ미틴ㅋㅋㅋㅋㅋㅋ동전도 루블이구나... 그래서 내가 다른 동전도 궁금해서 10이라고 써진거 보여줬더니 텐 루블. 하고 무표정으로 알려줬다. 존웃이다 다 루블이구나 내가 얼마나 멍충해 보였을까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튼 친절한 오지랖 덕에 신나게 웃으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짧고도 긴 첫 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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